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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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명 : 한국인의 가치, 해체에서 재구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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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도서명 : 한국인의 가치, 해체에서 재구성으로
    • 2.저자 : 일송기념사업회 편
    • 3.출판사 : 푸른역사
    • 4.발행일 : 2012. 3.
                                                                            


    공동체적 가치의 재구성을 모색하다


     


    정당한 권위가 설 자리를 찾아서


    지난 세기 말부터 한국사회에서는 권위를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져 왔다. 군사정권의 권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주의, 폭력적 가부장제, 구태의연한 유교적 가치관,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집단주의 등을 겨냥한 저항과 반발, 해체의 시도들은 다양한 층위에서 전개되었다. 나아가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 자체를 의심하면서 그것의 권위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체하고 전복하려는 이론적 모색들 역시 적지 않은 호응을 얻었다.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탈脫-’ 또는 ‘포스트post-’라는 접두어는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이 되었다.
    권위나 전통적 가치에 대한 조소와 조롱은 즐거움과 통쾌함을 선사한다. 물론 불합리한 권위, 인간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권위는 조소당하고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정당한 권위, 공동체와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자발적으로 따르는 권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 동안 우리는 권위를 무너뜨리는 데서 오는 쾌감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당한 권위가 설 자리를 모색하고 마련하는 데는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는가. 2010년대인 현재, 대다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름 아닌 돈, 경제적 성공, 가족의 안위라는 사실에 직면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일송학술대회’ 제3차 대회에서 발표된 글들을 엮은 《한국인의 가치, 해체에서 재구성으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가부장제의 유산과 상처를 넘어 가치의 재구성으로

    <한국인의 가치관: 재물과 벼슬 –염상섭 소설에 준거해서>


    유종호 교수는 염상섭의 장편 《삼대》에서 “가문과 재산”이라는 핵심 갈등 인자를 짚어낸다. 저자는 이것의 뿌리를 조선조 사회 유교(주자학)의 원리주의적 수용에서 발견하면서, 본래 전인적全人的 교육론의 성격을 띤 유학의 이념이 속화되어 실천되면서 입신출세주의로 귀결된 점을 지적한다. 문제는 입신출세주의, 즉 재물 숭상과 전근대적 관직 숭상이 《삼대》가 쓰인 1920년대와 30년대를 거쳐 오늘날까지도 심층적 차원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가치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회만 닿으면 관직에 나아가려하거나 얄팍한 수로 ‘대박’을 터뜨리기만을 바라는 풍토에서 학문에 헌신하고 묵묵히 연구에 몰두하는 태도는 비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재의 풍토를 넘어서는 새로운 이상적 모형의 제시, 그리고 그러한 모형이 모두의 선망이 되는 풍토 조성이 시급함을 역설한다.

    <남자의 도덕, 여자의 윤리 –홍상수 영화를 중심으로>

    홍상수 영화는 속물 남성의 위선을 가감 없는 폭로하고 조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김용수 교수는 홍상수 영화를 단순한 블랙코미디로 보지 않고, 거기에서 폭로와 조소를 넘어서는 윤리적 계기를 발견한다. 홍상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은 알량한 도덕으로부터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의 찌질함이다. 이때 도덕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그저 타인을 비난하기 위해 도구적으로 이용되는 것일 뿐이며, 따라서 당연히 비난하는 사람 자신에게로 그 화살이 돌아오는 것이다. 남자의 도덕은 공허한 위선으로 귀결되면서 악순환을 이룬다. 저자가 홍상수 영화에서 주목하는 것은 얼핏 보기에는 도덕에 종속되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 인물들이 점차 그러한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 “선악의 저편”에 자리하게 되는 순간이다. 도덕적 가치가 그 자체로 타당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위반에 따르는 처벌이 두려워 도덕적 언사를 내뱉거나 도덕자연然하는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당당하고 초연한 태도를 취하며, 그럼으로써 도덕주의에 침윤된 남자들의 환상과 선입견을 깨부순다.

    <누가 죽은 자의 이름으로 용서할(될) 수 있는가 –이창동의 ‘용서’ 삼부작>

    무고한 피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를 상기할 때, 더군다나 ‘화해’라는 미사여구를 앞세워 용서가 남발되었다는 사실에 직면할 때, 용서라는 말의 함의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백문임 교수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밀양〉, 〈시〉를 “용서 삼부작”으로 묶으면서 〈시〉가 앞서의 두 편의 영화가 던진 질문에 대한 급진적인 대답을 내놓고 있다고 본다. 저자는 아렌트와 데리다의 논의를 참조하는 가운데 사적 보복과 제도적 처벌, 용서를 구분하며, 다시 체제에 의한 용서, 기독교라는 시스템에 의거한 용서를 진정 책임감 있는 용서와 구분한다. 〈시〉에서 주목되는 장면은 “절대적 희생자”로서 죽은 자의 존재다. 현실에서 용서가 운위될 때 죽은 자(희생자)는 철저히 배제된다. 산 자들의 형식적이고 제도적인 조치들, 즉 사면과 애도와 치유를 통해 과거는 끊임없이 덮여진다. 상처를 덮어버린 채로 미래로 나아가는 것은 지옥일 것이다. 저자는 이창동의 “용서 삼부작”에서 “이 지옥을 구원하려면 죽은 자, ‘절대적 희생자’에게 얼굴과 목소리를 부여해야 하고 그들로 하여금 ‘노래’하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읽고 우리에게 제시한다.

    <괴물시대를 사유하는 서사의 윤리>

    한 순간에 삶터와 일터를 앗아가는 무분별한 개발과 투기 열풍, 국가적 차원의 위기를 몰고 오는 거대금융자본의 작동을 보면서 한 번쯤 ‘괴물’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서영채 교수는 괴물이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거대한 힘들을 말하며, 그러한 힘들을 얼마든지 지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시대를 “괴물시대”로 명명한다. 저자는 칸트의 비판 철학을 원용하며 근대성 윤리의 한계지점으로서의 ‘속물’과 속물의 외피를 벗어던진 ‘괴물’을 구분한다. 또한 괴물성을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계기로 사유해야 함을 강조한다. 거대한 괴물이란 공포감의 투사체이니만큼 중요한 것은 괴물을 실체화하여 제거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괴물의 상이 맺히는 괴물성의 자리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이 시선을 외부에서 내부로 이동시킴으로써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괴물성을 포착하고 괴물성의 자리를 드러내고 그럼으로써 사라지게 하는 시선의 이동은 어떻게 가능한가.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문학과 영화를 비롯한 예술 작품의 역할이다. 괴물시대를 규정하는 대상과 상황들을 재현하고 표현하는 예술 작품들은 괴물성을 직시하게 해주며, (괴물성과) 우리 자신 사이의 최소 차이를 확인하게 해준다. 그러한 최소 차이를 드러내는 순간, 즉 간극과 결여가 생겨나는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남들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며, 한때 괴물성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새로운 윤리를 잉태하는 자리로 거듭 새롭게 생겨나는 순간이다.

    <가부장적 권위의 붕괴와 한국 사회의 혼란>

    지난 시기 권위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들이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가부장적 권위를 들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시도가 공동체의 구심점으로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가족 자체가 붕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홍정선 교수는 염상섭의 《삼대》에서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까지 한국문학 작품들에 나타난 가부장적 권위의 변화 양상을 통시적으로 살핀다. 염상섭과 이상의 작품에서는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순응과 도전을 읽어내며,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김원우의 〈추도〉, 김향숙의 〈비어 있는 방〉, 김영하의 소설에서는 가부장적 권위가 해체되고 붕괴되며 결국에는 실종되는 사태에 이르렀음을 논의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무질서를 극복할 새로운 권위의 창출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기존 권위의 상실을 슬퍼하는 감상주의나 과거가 좋았다는 식의 복고주의에 빠질 위험을 경계하는 가운데,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의지에 기초한 권위만이 그 지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가족의 재구성: 가부장제와 근대주의를 넘어서>

    가부장제의 문제와 관련하여 한기욱 교수는 여성작가들의 최근 소설들이 일군 문학적 성취에 주목한다. 먼저 저자는 가부장제의 극복이 근대적 개발주의를 극복하는 일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도시에서 ‘근대화의 역군’으로 아들들이 행세할 수 있었던 것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희생을 기꺼이 감수한 어머니와 누이 등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여성작가들의 작품에서 여성은 단지 희생자로만 재현되지 않는다. 《K가의 사람들》 등 권여선의 소설은 부모에 대한 존경심, 모성성의 이상화를 거의 지운 채 가부장제의 몰락의 현장을 그려낸다. 김이설의 《환영》은 가부장제에 대한 절절한 반감과 분한憤恨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타자성을 바탕으로 부모자식의 관계를 성찰하면서 아예 가부장적 발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한편 공선옥의 《꽃 같은 시절》은 할머니들을 개발주의와 금권주의에 맞서는 항거의 주체로 내세우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곡진하게 묘사함으로써, 고유성이 살아있되 공동체를 향해 열려 있는 개인의 모습을 제시한다.


    사회 체제 속에서 가치와 권위를 구성해 나가자

    이태수 인간환경미래연구원 원장은 〈가치관의 두 층위와 우리 가치관의 현주소〉에서 가치관이 개인이 혼자 만들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국가의 주도로 특정 가치관이 통용되어서도 안 된다. 국가는 가치 확립에 대한 논의를 직접 떠안는 대신, 가치관에 관한 인문학적 대화의 여건을 조성하는 일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권위 자체를 절대화하는 권위주의와 사회 구성원의 자율적 참여와 토론, 합의에 기초한 권위는 구분되어야 한다. 문제는 참여와 토론, 합의의 풍토가 조성되었느냐는 점이다.
    가치 형성과 확립의 공론장은 억지로 토론의 장을 마련해놓고 해당 부서의 장이나 정치인, 전문가 등을 불러다 형식적 토론을 하는 식으로 조성되는 것이 아니다. 텍스트 속에 현실 사회의 문제점과 모순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도덕의 한계지점을 탐색함으로써 새로운 윤리의 자리를 발견해내는 문학과 영화 작품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공론장이라 할 수 있다. 독자와 관객은 소설을 읽고 또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어떠한 강요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의 감상과 의견을 표출함으로써, 때로는 날카로운 감식안과 성실함으로 비평에 임함으로써 그 공론장에 참여한다. 자본의 논리나 근시안적인 정치 논리로 문화를 재단하지 않는 것, 공동체적 가치를 모색하는 출발 지점은 바로 이러한 태도에서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

    한국인의 가치관: 재물과 벼슬(유종호)

    남자의 도덕, 여자의 윤리(김용수)

    누가 죽은 자의 이름으로 용서할(될) 수 있는가(백문임)

    괴물시대를 사유하는 서사의 윤리(서영채)

    가부장적 권위의 붕괴와 한국 사회의 혼란(홍정선)

    가족의 재구성: 가부장제와 근대주의를 넘어서(한기욱)

    가치관의 두 층위와 우리 가치관의 현주소(이태수)

    종합토론
    찾아보기


    지은이

    유종호|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김용수|한림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
    백문임|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서영채|한신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
    홍정선|인하대학교 문과대학 인문학부 교수
    한기욱|인제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
    이태수|인제대학교 인간환경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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