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개념소통 번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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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명 : 사고의 프런티어 2. 인종차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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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도서명 : 사고의 프런티어 2. 인종차별주의
    • 2.저자 : 고모리 요이치
    • 3.출판사 : 푸른역사
    • 4.발행일 : 2015.08.31



     

    새로운 인종차별주의가 대두되다


    “새로운 인종주의”, 출현하다

    2006년 초, 두 가지 사건이 일본 사회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인터넷계 신진기업 라이브도어의 임원 등이 허위의 유가증권보고서를 제출하고 주식시장에 허위정보를 흘려 자신의 기업과 관련 기업의 주가를 부당하게 높임으로써 일반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라이브도어 사건’, 그리고 일본에서 신의 손, 기업사냥꾼으로 통하는 펀드매니저 무라카미 요시아키가 라이브도어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무라카미펀드 사건’이다.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이 불법 내부거래의 아성으로 ‘롯폰기 힐즈’(롯폰기에 있는 통합개발단지)를 쉴 새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2003년 4월 25일, ‘롯폰기 힐즈’에 입주와 입점이 시작되었다. ‘롯폰기 힐즈’는 입주 직전까지 “롯폰진(롯폰기 지역 주민들을 칭하는 조어), 태어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포스터와 신문광고에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롯폰기 힐즈에 모인 사람들만을 ‘롯폰진’이라는 새로운 인종으로 호명한 것이다. “새로운 인종주의” 출현의 징후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9․11사건 이후 강화된 인종차별주의

    《사고의 프런티어 2―인종차별주의》는 바로 이 ‘새로운 인종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다.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 출판사의 〈사고의 프런티어思考のフロンティア〉는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부상한 키워드들에 관한 깊이 있는 해설과 새로운 논의를 통해 기존 사고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고자 기획된 시리즈다. 그 중 하나인 이 책에서 저자 고모리 요이치小森陽一(도쿄대학대학원 교수)는 책이 출간되던 2006년 일본 사회를 뜨겁게 달군 두 사건과 롯폰기 힐즈를 소개하면서 계층/계급이 기준이 되는 신자유주의 시대,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인종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21세기 들어 보다 강화된 인종차별주의(레이시즘)를 차이와 우열을 날조하는 “의사논리”라고 파악하면서 차별의식의 발생에는 언어 시스템이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근본적으로 그리고 현재적으로 분석한다.

    흔히 흑인인권운동 등을 통해 생물학적 차이를 근거로 차별을 일삼는 인종차별주의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저자는 ‘인종차별주의(레이시즘)’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고, 오히려 21세기 들어 강화되었다고 강조한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에 여객기가 충돌한 그 사건 이후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새로운 인종주의’ 담론이 나날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새로운 인종주의’란 과연 무엇인가? 바로 군사력에 기반한 전쟁이라는 폭력을 정당화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체계적으로 추구하는 ‘글로벌 자본’과 이 글로벌 자본으로부터 얻는 이익을 체계화하며 법을 통해 국민을 보호하는 소임을 다하지 않는 ‘국민국가의 정치지도자들’, 그리고 이들로부터 ‘초과착취’당하는 대다수 국민 간에 발생하는 ‘인종주의’다.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인종차별주의’ 속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보자.
     

    역사와 책임, 역사와 이야기, 역사와 판단 

    인종차별주의(레이시즘)란 무엇인가 



    ‘인종차별주의’는 타자로서의 피차별자와 자신과의 ‘차이’를 철저히 강조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 ‘차이’는 ‘현실’에 존재하는 ‘차이’인 경우도 있고 날조된 ‘가공’의 ‘차이’인 경우도 있다. ‘인종차별주의’는 특별한 방식으로 이 ‘차이’를 강조한다. 바로 ‘가치 매김’이다. 이 ‘가치 매김’을 ‘일반적’인 것으로 확장시켜 ‘결정적’이고 바꾸기 힘든 것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차이’의 ‘가치 매김’은 타자에게서 발견한 자신과의 차이를 부정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그것과 대비되는 자신의 특징을 무조건 긍정적인 것으로 그려내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인종차별주의(레이시즘)’의 전제에는 우리들 마음속에서 말끔히 씻어낼 수 없는 형태로 발생하는 이질성 혐오(헤테로포비아heterophobia)의 문제가 존재한다. 이질성 혐오란 자신과 확실히 다르다고 느껴지는 미지의 타자, 개인이든 집단이든 처음 만나 잘 모르는 타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발생하는 두려움에 근거한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타자에 대한 공포로 인해 발생한다. 다시 말해 공포란 타자에게 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위험과 불안을 느끼는 감정이다. 왜 미지의 타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타자에게 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위험과 불안을 느끼는 것일까. 이는 자신에게 타자에 대한 공격성과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과 폭력의 역사가 신체 깊숙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지의 타자에 대해 우선은 두려워하고 공포를 느끼는 식으로 대응해버리는 것이다.
     

    언어는 어떻게 차별을 만들어내는가


    저자는 이 같은 ‘인종차별주의’가 근본적으로 언어 시스템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발생한다고 단언한다. ‘인종차별주의’를 구성하고 있는 공격과 공포, 폭력과 죄책감의 문제는 언어를 구사하는 생물인 인간의 언어 습득 및 그 사용 방법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언어는 어떻게 차별을 만들어내는가. 차별행위는 차별자가 피차별자를 업신여기고 타자화함과 동시에 공범자에게는 이 업신여김과 타자화를 공유하도록 동화를 요구한다. 언어는 이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신화, 전승, 옛날이야기는 ‘언어의 의미체계’의 기본 조합이다. 아이들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음으로써 ‘언어의 의미체계’를 내면화시킨다. 이러한 신화, 전승, 옛날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의 경험을 이야기로 만들어 자신의 기억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바로 그때 어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의미체계’로의 “동화”가 가능한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과 “공범”관계를 맺을 수 있는 “주체”로서 차별에 참가할 수도 있게 된다. “우리들”의 일원이 되기 위해, “우리들”의 카테고리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해서는 안 되는 것’과 ‘해도 되는 것’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할 때 차별행위의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종차별주의는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저자는 이 같은 ‘인종차별주의’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가이 카후永井荷風의 단편소설 《악감悪感》(1909) 분석을 통해 인종차별주의에 내재하는 욕망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악감》은 ‘동양(오리엔트)’에 대한 모멸과 혐오, 아니 증오마저 느껴질 정도로 철저한 차별적 담론이자 오리엔탈리즘 담론이다. 그러나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 담론과 달리 타자가 아닌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 ‘자기 오리엔탈리즘’이다. 

    저자가 《악감》에서 주목한 것은 《악감》이 인종차별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언어를 실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전략을 가르쳐준다는 점이다. 바로 “우리들”과 “그들”의 동일시다. 차별의 언어 시스템에서 “우리들”은 긍정적으로 묘사된다. 반면 “그들”은 부정적으로 구현된다. 《악감》은 이 언어 시스템을 일단 환기시키면서 그 “우리들”이 공유하는 가치체계 전체를 한꺼번에 뒤집는다. “‘자기 오리엔탈리즘’의 철저한 실천은 어느 임계점에 달하면 해당 언어 시스템을 깨부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차별’을 넘어서는 사회를 위해 


    인종차별 극복은 현실 자각에서부터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새로운 인종주의’를 논하면서 대다수 사람들이 국민국가의 법으로부터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한 채 매일 조금씩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있다고 말한다.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지금 다시 한 번 초과착취당하는 사람들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암울한 것은 그들을 “초과착취”로부터 구제할 수 있었던 지금까지의 사회 시스템이 점점 파괴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새로운 인종주의’가 숨기는 것이 ‘초과착취당’하는 ‘프롤레타리아’의 현실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계속 초과착취당하고 있는 프롤레타리아다”라는 입장에서 사고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다르지 않은 한국, 차별 극복에 힘써야

    옮긴이에 따르면, 현재 일본 각지의 거리에서는 반한, 혐한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대학의 강단조차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식민지시기부터 끊임없이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었던 재일조선인에 한국인들까지 더해졌다. 그 수단 또한 거리 시위뿐 아니라 익명성을 방패로 허위, 날조된 정보를 유통시키는 SNS까지 다양해지고 또 그만큼 폭력화되었다. 옮긴이가 책 번역 과정에서 차별에 대해 생각할 때 “인종차별”보다는 “민족차별”이라는 표현이 보다 현실적으로, 보다 실체적으로 다가옴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어떤가. 일본과 같은 “민족차별”은 없을지 모르지만, 특정 지역 및 성별, 성적 취향, 장애인,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 언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이 이러한 ‘차별’을 넘어설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쓴이|고모리 요이치小森陽一 

    1953년생. 홋카이도北海道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 전공은 일본근대문학. 현재 도쿄대학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저서에는 《나는 소세키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다시 읽기漱石を読みなおす》(이매진, 2006), 《〈흔들림〉의 일본문학〈ゆらぎ〉の日本文学》(1998), 《세기말의 예언자 나쓰메 소세키世紀末の預言者․夏目漱石》(1999), 《고모리 요이치―일본어를 만나다小森陽一―ニホン語に出会う》(2000), 《일본어의 근대日本語の近代》(2000), 《무라카미 하루키론―《해변의 카프카》를 정독하다村上春樹論―《海辺のカフカ》を精読する》(고려대학교출판부, 2007) 등이 있다. 

    편저에는 《내셔널 히스토리를 넘어ナショナル․ヒストリーを超えて》(1998), 《내파하는 지―신체, 언어, 권력을 다시 짠다内破する知―身体․言葉․権力を編みなおす》(2000), 《이와나미 강좌 문학岩波講座文学》(전13권․별권 1, 2003~4) 등이 있다. 

    옮긴이|배영미 

    일본 히토쓰바시一橋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 코리아연구센터의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근현대사와 한일관계사를 전공했고, 주로 식민지시기 조선인의 일본유학과 군사동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1920년대 ‘내선융화’ 정책과 재일조선인유학생―기숙사사업을 중심으로一九二〇年代の『内鮮融和』政策と在日朝鮮人留学生―寄宿舎事業を中心に〉(2011), 〈조선인 가미카제의 죽음과 그들에 대한 기억―‘화해’의 수단/ ‘친일’논쟁의 틀을 넘어서〉(2013), 〈간토대진재 때의 조선인유학생의 동향関東大震災時の朝鮮人留学生の動向〉(2014), 〈이상백, 제국을 살았던 식민지인李相栢, 帝国を生きた植民地人〉(2015) 등이 있다.
     

    차례 

    들어가며 

    제1부 ‘인종차별주의(레이시즘)’란 무엇인가
    ‘차이’가 ‘차별’로 전환되는 시스템
    ‘이질성 혐오’가 발생하는 회로
    언어가 만드는 ‘아이덴티티’ 

    제2부 언어와 차별


    아이들의 언어 습득 과정과 차별
    언어 시스템과 차별의 메커니즘
    《오리엔탈리즘》에서 나타나는 주체와 객체의 ‘비대칭성’ 

    제3부 인종차별주의의 담론

    ‘대일본제국’에 대한 자기 오리엔탈리즘
    “우리들”=“그들”이라는 뒤바뀜
    뮈세의 시집이 상징하는 아이러니 

    제4부 기본문헌 안내

    나가며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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